온택트선생님이 ‘수업 도우미 프로그램’ 개발한 이유 (개발자 아님 주의)

날짜
2023/07/07
소요시간
⏱ 5분 분량
이번 인터뷰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온택트 수업 도우미, ‘찬택트’는 무엇인가 찬택트를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찬택트를 동료들에게 공유하기로 한 이유

찬택트 만드는 마음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IHFB) 오피스에 처음 오는 분들은 세 개의 모니터가 좌르륵 펼쳐져 있는 오피스 풍경에 놀라곤 합니다. 온택트 선생님으로 일하게 됐다면 세 모니터를 한 화면처럼 넘나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압도되기도 하죠.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긴 하겠지만, 조금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의 클릭과 수천 자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에는 물리적 노동력이 들기도 하고요.
지난해 10월 입사해 지금까지 수학온택트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김찬 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한 달 동안의 OJT를 마칠 때쯤 이런 생각이 들더래요. ‘반복적인 업무가 있으니, 간단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봐야겠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던 찬님에게 매크로는 워낙 익숙한 개념이었어요. PC를 사용할 때 반복 동작이 있으면 혼자서도 매크로를 뚝딱뚝딱 만들어 쓰는 게 취미였다고요. 이렇게 보면 ‘찬택트’의 탄생은 당연한 수순이었군요!
*매크로 프로그램: 자주 쓰는 여러 명령어를 묶어 하나의 입력 동작으로 만든 프로그램. 복잡하게 반복되는 작업을 단순화하거나 자동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찬택트도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찬택트를 잠깐 설명하고 갈게요. 제작자 찬님의 한 줄 설명에 따르면 찬택트는 “불편한 점을 해결해 주는 온택트 수업 도우미”입니다. 추측하시듯 제작자 이름과 온택트라는 용어를 합쳐 만든 이름입니다. 본래는 ‘온택트 도우미’라는 가칭이 있었는데, 부르기도 쉽고 제작자인 본인을 각인할 수 있는 이름인 것 같아서 찬택트라고 지었대요. (전략이 먹힌 듯합니다.) 어떤 기능이 들어 있는지 알면 더 이해가 쉽겠죠? 아래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주요 기능만 이 정도고, 자잘한 기능까지 합치면 훨씬 많습니다.
학생 검색 기능: 단축키를 누르면 해당 학생 피드가 LMS에서 곧바로 열린다. Ctrl + F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기능. (이 기능만으로도 찬택트 쓰겠다는 선생님들 줄 서는 것으로 알려져…) 수업 회고: Alt + Enter를 누르면 대화 내용이 메모장으로 자동 생성 및 저장된다. ‘내일은 이거 해보자’ 같은 말을 자주 하는 선생님이라면 딱 좋은 기능. 시간 표시/알람: 학생의 수업 전체 소요 시간을 볼 수 있다. 알람을 설정할 수도 있다. ‘15분 줄 테니까 문제 풀고 오자~’라고 말하고 알람을 설정해 놓으면 시간에 맞춰 울리기 때문에 잊을 일이 없다. 멘트 자동화: 출석, 확인, 마무리 멘트 등 자주 사용하는 멘트를 등록해 놓으면 클릭 한 번으로 자동 발송할 수 있다. 물론 멘트가 계속 반복되면 좋지 않은 경험이 될 수 있으니 자주 바꾸는 걸 권장한다고. 기타: 이모지 자동 체크, 이모티콘 자동 발송, 카톡창 정렬 기능 등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육박해 온 순간

무언가 할 줄 안다고 해서 언제나 기꺼이 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글을 쓰는 일을 하지만 매일 쓰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 다시 말해 의지가 육박해 오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요. 찬님께도 만들지 않고는 못 배겼던 순간이 있었는지 물었어요.
“학생 7명 맡고 있던 때였는데요. 그땐 7명만 해도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 들어 보니 30~40명이 기본이더라고요. 그 많은 학생을 어떻게 관리하지? 이건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와는 별개로 ‘완벽한 온택트 수업이란 뭘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은데요. 아예 새로운 일이니까요. 완벽한 수업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면, 그걸 반복해서 보내는 게 잘못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생각이 찬택트 초기 버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죠.”
생각해보면 입사한 지 고작 한 달 지난 때였던 거잖아요. 저라면 ‘내가 뭘 안다고 이런 걸 만드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담은 없었는지 물어보니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뚜렷해서 걱정은 없었대요. 찬님이 가장 지향했던 게 ‘원래 사용성을 해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라는 거였는데요. ‘변화 없이 장점만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자연스럽게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사용도 어렵지 않고 편해지기만 한다면 안 쓸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찬님이 스스로 나서서 ‘이거 써봐라, 좋더라’라고 홍보한 적은 없었어요. 팀 회의에서 수줍게 “이런 걸 만들어 봤습니다…” 한 게 전부였어요. 좋은 제품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지요. 당연히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나만 알고 싶은 제품’ 이런 마케팅이 괜히 먹히는 게 아니겠죠.
지금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공지하고 있습니다.
수학 선생님들이 열렬히 사용하던 찬택트는 이제 영어 선생님들에게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계기는 공부중독반(공중반)이었습니다. 공부중독반은 영어와 수학 선생님이 한 쌍으로 같은 학생을 맡게 되는데요. 공중반 1기 영어 선생님 재준님이, 옆자리 수학 선생님인 재국님이 쓰는 걸 보고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래요. 마침 찬님과 재준님이 입사동기였고, 공중반에서도 쓸 만한 기능이 많고 충분히 접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자연스레 전달이 됐다고 합니다.
전사에 공식 배포하면서는 그전에 없던 ‘매뉴얼’도 제작했습니다. 수학 팀에서만 쓰일 때는 자세한 설명 요청이 딱히 없었다네요. 다들 자연스레 쓰다 보니까 옆자리 팀원한테 물어보면 됐거든요. 영어온택트선생님들과는 근무하는 공간 자체가 다르고, 원래 사용하던 도구가 아니다 보니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세팅이 꽤 필요한 세부 기능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답니다.
이름이 외자라서 이름 짓기에 좋았다고 합니다. 팀원들 사이에서는 ‘김찬합니다’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나만의 발전 대신 나로부터의 발전으로

목표 지점이 뚜렷하니 개발하는 과정도 즐거웠던가 봅니다. 개발에 한창일 때는 퇴근하고 새벽에 두어 시간, 아침에 또 일어나서 두세 시간, 주말에도 하루 종일 공을 들였대요. 듣기만 해도 힘든데 찬님은 이걸 ‘축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취미가 회사 일과 잘 맞았던 거고, 그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걸 왜 공유했을까? 찬님 혼자만 쓰면 성과가 더 잘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욕심이 생겼을 법도 한데, 왜 나누는 걸 택했을까요?
“개인적인 욕심 당연히 있었죠. 사실 최근 제 개인 성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거든요? 고민이 많아요. 지금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내가 뭐라고 모두를 위한 걸 개발하고 있나… 그렇지만 처음부터 같이 잘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고요. 조금 더 편한 수업이 가능하면, 더 질 높은 수업을 생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온택트선생님들이 부디 스트레스는 덜 받고 더 편해질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좋은 성과를 내려면 시간, 에너지와 같은 자원을 소비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드는 자원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질 높은 교육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찬택트를 제작하고 있어요.”
찬택트를 만들어 온 마음을 한참 듣다가, 찬님의 개인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앞서 했던 ‘완벽한 온택트 수업을 제공한다’는 말을 다시 꺼냈어요. 지금 당장은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조금씩 모양을 갖추고 완성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는 자신감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동료에게 나눈 마음이 쌓이고 쌓여 더 큰 힘을 발휘하리라고 믿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고 두어 달 뒤, 찬님은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될놈될 아니겠습니까! - 필자 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마음을 많이 돌아보게 됐습니다.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는데도 모른 체했던 순간, 일과 좋아하는 것을 작위적으로 떼 놓으려 했던 순간, 좋고 편한 것을 나만 가지려 했던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닌가 골똘해졌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일을 축복’이라 표현하는 찬님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팀에 지원해 보세요. 당장 지원하기 망설여진다면 오피스 투어를 신청해주셔도 좋아요. 여의도에 있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오피스에 놀러 오시면 찬택트가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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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성

Employee Experience Manager, EX Team
다정하게 보고 정확하게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