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일반적인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IHFB) 오피스 풍경을 잠깐 설명해 드릴까요? 월요일부터 목요일 수업 시간에는 온택트 선생님들이 계시는 곳 주변에만 가면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눈과 손을 바삐 움직이며 묵묵히 수업하는 팀원들 뒷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게 돼요.
그래서였는지, 지난 10월 열린 영어온택트본부 업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무엇이든 뽐내보살’에서 마이크를 잡고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나 발표하는 선생님들 모습을 보고 경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묵묵히 수업에 집중하던 선생님들이 맞나 싶어서요. 직접 고민하고 준비한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습이 일타 강사 같기도, 쇼호스트 같기도 했는데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흥미롭게 지켜봤답니다.
회사 오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이번 업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1등은 팀은 월간 리포트*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한 ‘쌔삥’ 팀에게 돌아갔어요. 고2 학생을 가르치는 조아현, 백진주 님과 중3 학생을 맡고 있는 김서영, 배자빈, 한샛별 님이 함께 팀을 이뤘는데요. 원래는 두 팀이었던 다섯 분이 한 팀을 이뤄 좋은 결과를 이끌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공모전에 임했는지, 또 소감은 어떤지 쌔삥 팀의 아현 님과 서영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어요. 대화를 나눌수록 1등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였어요.
*월간 리포트: 학생의 한 달 학습 현황을 정리하여 학부모에게 제공하는 보고서입니다. 줄여서 ‘월리’라고도 해요.
공모전에 참여한 계기가 궁금해요. 어쨌거나 업무 외적으로 준비해야 하니까 부담되기도 하셨을 텐데…
아현 원래 저희 팀 안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팀장님이 이왕 하는 김에 공모전에도 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제가 I라서..(웃음)
서영 저도 비슷해요. 팀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내부에서 발표까지 했던 내용이었어요. 마침 공모전이 열렸길래 새롭게 고쳐서 냈거든요. 사실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못 거두면 팀 안에서라도 진행하려고 했어요.
원래 서로 다른 팀으로 참가하셨다고요. 어떻게 같은 팀이 된 건지 궁금해요.
서영 8등까지만 본선 진출하는 거였는데, 당시 저희 팀(서영, 자빈, 샛별)이 1점 차이로 9등이었거든요. 심사한 팀장님들이 ‘주제도 같고 서로 보완할 지점이 있으니 같이해 보는 게 어떠냐’고 먼저 제안하셨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중등, 고등팀 특성과 입장이 다르니까 같이 해보면 회사 전체에서 쓸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현 스타일이나 양식이 다를 뿐이지 합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하기로 했어요. 저랑 진주 님 둘이서 할 때는 고등 팀만 생각하게 됐는데, 중등 선생님 세 분과 같이 하니까 중고등의 차이를 잘 알고 접근할 수 있었죠.
서영 애초에 준비하던 방향도 조금씩 달라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처음부터 고등 두 분은 다양한 리포트에 쓸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저희는 리포트 양식 만드는 것에 더 신경 썼거든요. 게다가 분업도 잘됐어요. 기획서는 아현 님이 애초에 잘 쓰셨고, 저희 팀 샛별 님이 PPT를 잘 만들어 주셨고… 그러다 보니까 힘든 것도 딱히 없었어요.
발표하신 아이디어가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잖아요. 팀원들이 피드백 많이 하던가요?
서영 공교롭게도 발표 날이 월간 리포트 마감일이었어요. 발표 끝나자마자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유했는데요. 사소한 거였지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직접 와서 고맙다고 하는 분도 계셨고, 이야기해본 적 없는 분들이 고맙다고 갠톡 보내시기도 했어요.(웃음)
아현 곧바로 쓸 수 있는 자료였다 보니까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지 기대된다고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더 좋았고요.
실제로 R&D본부와 함께 ‘월간 리포트 개선 TF’를 꾸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현 네. 이따가 또 회의가 있어요. 저희가 개발이나 소프트웨어는 잘 모르지만, 선생님들이 만들어 온 DB가 자동화돼서 의미 있게 쓰인다고 하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서영 R&D본부에서 저희 아이디어를 많이 적용해 주시기로 했어요. 저희 최종 목표가 선생님들의 리소스를 줄이고 필요한 내용을 다양하게 담을 수 있는 리포트 시스템을 만드는 건데요. 1~2월 중에는 자동화된 프로그램 위에서 월간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세팅하고 있어요.
두 분께 이번 공모전이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해요.
아현 저도 벌써 입사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업무가 반복되는 면이 있다 보니까 자아 성취감이나 효능감 얻기가 쉽지 않고 발전한다는 느낌도 점점 무뎌졌거든요. 이번 공모전에 뜻하지 않게 참여하면서 제 부족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부족한 점은 협력해서 채우면 되고, 그렇게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배운 계기가 됐어요.
서영 원래는 팀 안에서 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는데, 열심히 하면서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그 이후로 회의나 프로젝트 있으면 계속 아이디어를 내게 됐어요. 의견 낼 일이 있거나 발표하게 되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꽤 유연해진 것 같아요. 자신감이 확실히 생기죠. 성장한 느낌?
아현 아무래도 업무 자체만 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도 있어요. 공모전 준비하면서 여러 일을 한번에 하면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기민해지더라고요. 수업 준비도 하고 수업도 하지만, 회의도 하고 발표 준비도 해야 하니까 더 집중한 거죠. 그러다 보니까 회사에 오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
서영 다들 조용히 앉아서 학습 관리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진심이고, 자기 의견 말하는 것 좋아하는 선생님들이라는 사실을 회사도 스스로도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번 공모전처럼 에너지를 분출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더 좋겠네요.
발표하고 끝나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두 분 이야기만 들어도 스스로를 점검하고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게 쉽게 상상이 되는데요. 업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그 시작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졌어요. 기획을 맡은 영어온택트본부 팀장 네 분(이윤소, 김정은, 김소영, 윤선정)을 만나 뒷이야기를 물었습니다.
공모전은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나요?
윤소 팀장들끼리 회의하다가 나온 이야기였어요. 지금 회사에 필요한 게 무엇일지, 또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중에 ‘협업이 더 원활해지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온택트 선생님들은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은 팀 내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팀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종종 있었는데, 팀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더 많은 사람에게 펼칠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전사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펼쳐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어요.
팀장님들은 팀원들을 가까이서 보시겠지만, 이번 공모전 통해서 다른 모습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소영 기본적으로 다들 발표를 잘하셨어요. 발표가 길어지는 팀도 있었는데, 그것마저 열정으로 보이더라고요. 새벽 3~4시까지 준비했다는 팀도 있었고요. 사실 공모전에 많이 참가 안 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너무 많이 신청해서 문제였죠.(웃음) 한 팀이 기획안을 두 개 올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열심히, 또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윤소 많이 놀랐죠. ‘열심히 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새벽까지 남아서 준비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더 잘 준비해서 좋은 환경에서 발표하게 해 줘야겠다 싶더라고요. 가져온 내용에 더 진심으로 피드백하게 됐고요.
팀장님들께도 좋은 자극이 됐네요. 이번 공모전 어땠는지, 팀원들이랑 이야기 나눠보셨어요?
정은 공모전 다 끝나고 나서 한 팀원이 해준 이야기가 뿌듯했어요. 이제 6개월이 넘으면서 지루하고 지치면서 고민이 많던 시기에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좋은 자극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말이 인상깊었어요. 제가 봤을 때도 공모전 이후로, 사람이 생기 있어졌어요.(웃음)
선정 사실 내신 끝나고 나서 팀원들이 좀 지쳐 보였거든요. 굳이 비유하자면 시든 꽃 같았는데..(웃음) 공모전 통해서 생기가 돌았던 것 같아요. 지금 내신 기간이 다시 돌아왔는데도 팀원들이 기운을 이어서 더 힘내려는 느낌이고요.
‘협업’이라는 처음의 목적은 잘 달성됐을 것 같아요. 다른 좋은 점도 있었나요?
윤소 팀을 초월해서, 또 학년을 초월해서 모인 팀이 여럿 있었어요. 중고등 선생님들이 같이 팀을 꾸리기도 하고, 고등 1팀, 2팀 3팀이 같이 하기도 했고요.
소영 올라왔던 기획안들을 자세히 보면 중등 팀은 중등 팀만의, 또 고등 팀은 고등 팀만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서로 이해하는 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저는 협업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같은 팀도 아닌데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면서, 다른 팀한테 같이 밥 먹자고 말하는 팀원을 본 적 있거든요. 의외로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윤소 공모전 참여하는 분들 대상으로 공지나 요청사항 전달하려고 만든 톡방이 있었거든요. 거기서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더라고요. 서로 다른 팀에서 많이 나왔다 보니까 평소에 안 친했던 동료더라도 소통의 효과가 있었어요. 저희 예상치는 ‘같은 팀끼리 친해지겠지’ 정도였는데, 다른 팀까지 가까워지는 모습은 예상 못한 발견이었죠.
‘업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이었잖아요. 실제로 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이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윤소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업무에 반영 안 되면 효능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전사 적용이 필요한 주제는 발표한 팀원들 주축으로 TF 꾸려서 진행하고 있어요. 종종 인터뷰에서 지원 동기를 물으면 “스타트업이니까 유연하고, 직원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잘 반영할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번 공모전이 그런 점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단순 행사로 끝난 게 아니라 실제로 업무 개선 작업을 해보고 있으니 뿌듯한 면이 많죠.
‘내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회사’를 꿈꾼다면
이번 공모전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팀의 핵심 가치인 ‘발전’, 그 안에서도 ‘나로부터 시작하는 발전’을 잘 담아내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공모전 진행한다는 공지를 보고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 의심은 시간을 쪼개 가며 공모전을 준비하는 팀원들을 보고 한 번 깨졌고, 전문가처럼 발표하는 팀원들을 보고 두 번 깨졌습니다.
아이디어가 반영될 거라고 상상할 수 없어서 대충 발표하고 끝내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고, 나와 옆자리 동료가 실제로 매달린 업무에 개선점을 제안하고, 또 반영하고자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팀의 힘은 이런 데서 나오는 거구나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내 의견과 아이디어가 실제로 반영되는 회사’를 꿈꾸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에서 진행되는 모든 업무가 항상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협업과 소통, 발전의 꿈을 함께 실현해 가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팀에서라면 그 꿈에 가까이 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있겠다고 믿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