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헬스장에서 PT를 받았는데요. (밀당PT 아닙니다) 항상 트레이너님은 한 세트를 다 할 때 쯤이면 ‘5번만 더 할게요!’라 하셨습니다. 힘들어서 더는 못 할 듯했는데 ‘지은 님 거의 다 했어요! 조금만 더 힘내볼까요! 파이팅!!’이라고 말하는 트레이너님을 보면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끝까지 응원하는 힘’ 인 것 같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 사람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에 특히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누가 응원을 제일 잘하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러닝 소셜클럽인 ‘달리닝’ 멤버가 떠오르고요. 러닝이나 마라톤은 누가 얼마큼 기록을 냈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 기록을 보면 샘이 날 법도 한데, 더 잘 뛸 수 있다며 아끼지 않고 응원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인상 깊어서인가 봅니다.
러닝 소셜클럽 달리닝은 한 달에 한번 모여 달리는 ‘정기런’을 합니다. 또, 각자 시간과 장소에서 달리고 슬랙 채널에 인증을 남기기도 하고요. 물론 다 같이 뛰어도 재밌겠지만,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내 페이스대로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영어온택트본부 근아 님은 ‘달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라는 얘길 듣고는 달리닝에 가입했습니다. 부자들은 꼭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냉수로 샤워한 다음에 간단하게 조깅한다잖아요. 그런 습관을 만들어볼까 한 거죠. 처음에 2~3km도 간신히 뛰었는데, 지금은 10km는 가볍게 뛰는 중급 러너로 성장했습니다. 틈 날 때마다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려온 결과예요. 물론, 상쾌한 기분과 창의적인 생각도 얻을 수 있었다더라고요.
근아 님의 성장 서사(?)를 지켜본 달리닝 호스트 성진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꾸준함’을 믿거든요. 누가 빨리 달리든, 늦게 달리든, 재능이 있든 없든 꾸준히 달리기만 하면 결국 앞서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를 앞질러 가도 자기 페이스대로 달린다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게 마라톤의 재미예요. 근아 님은 스스로 그런 재미를 정확히 찾아낸 거죠.
꾸준함의 효과는 영어온택트본부 지혜 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혜 님은 뜨겁다 못해 쪄질 것만 같던 올여름, 생애 첫 하프마라톤을 완주했거든요. 덥고 습한 날씨, 첫 하프마라톤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뛴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러닝을 하면서 언제 가장 성장한 것 같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이날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마라톤을 하면서도 ‘지금껏 꾸준히 뛰어왔던 게 전부 실력으로 쌓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러닝, 괜찮죠?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어요. 성진 님이 남겨둔 메시지는 확대해 보면 더 감동이랍니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면 들인 시간만큼 실력이 늘지 않거나, 여러 이유로 소홀해지기도 하잖아요.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을 때마다 성진 님은 ‘조금 더 할 수 있다. 꾸준히 해보자.’라며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응원을 가득 담은 공지를 통해서요. 해 본 분은 알겠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담아 보내는 건 보통 정성이 아니잖아요.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고요. 왜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아가며 소셜클럽 활동을 하냐고 여쭤봤습니다.
제가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느낌이라서요. 그때 누군가가 저를 끌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5km를 혼자서는 뛰기 힘들어서 누군가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해줬으면 했거든요. 제가 보낸 글을 누군가가 읽었을 때 용기를 가지고 ‘한번 뛰어볼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했어요. 20명이든 40명 이든요. 그래서 항상 쓰는 거죠.
이런 분위기 덕에 달리닝 멤버들은 서로에게 응원과 인정,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개인 기록보다는 모든 멤버가 각자 기록에서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보통 러닝이나 마라톤은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달리닝 멤버들에게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1등 보다는 ‘완주’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네? 제가요? 이걸요?
실력이 느는 건 계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매일 2km를 달려도 4km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지 아닌지 모르니까요. 성진 님은 그간 멤버들이 뛴 기록을 보면서 ‘성장한 러너가 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겠다.’라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스스로가 규정한 한계를 깨보자는 취지에서 ‘Break the Limit’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거든요. 8km를 600~800 페이스로 뛰어보는 게 목표인 프로젝트죠.
당시에는 달리닝 멤버들이 간신히 2~3km를 뛸(그마저도 걸을) 때라 8km는 말도 안 되는 목표라고 생각했다더라고요. 성진 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그간 멤버들 기록을 보아하니 이 정도는 충분히 도전해봄 직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멤버들이 ‘제가 어떻게 8km를 뛰어요’라고 말하니 성진님은 ‘일단 해보세요.’라고 했고요.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멤버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8km를 600-800 페이스로 달리는 데 성공한 거죠. 2주 만에 원래 기록보다 2.5배 가까운 성장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이 프로젝트 이후로 달리닝 멤버들이 뛰는 최소 거리는 10km가 됐습니다. Break the limit 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멤버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은 계기가 되었죠. 이 성취감은 멤버들이 하프마라톤(약 21km)과 풀마라톤(약 42km)에 도전하는 새로운 길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멀리, 오래, 함께 뛰기
갑자기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멤버들이 ‘하면 되는구나’를 깨달으니 욕심내어 뛰어버린 거죠. 아직 몸은 준비가 안 됐는데 무리를 하니 부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요. 이때 성진 님은 달리닝 멤버의 페이스를 조절해 주려 노력했습니다. 부상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방법을 공유하고, 러닝은 누가 빠르게 달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 페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강조했습니다. 무리하는 멤버에겐 페이스를 조절해서 건강히 뛰자는 응원을 보냈고요.
듣고 보니, 달리닝 멤버들의 실력을 그래프로 만든다면 이런 모양이겠구나 싶었어요. 누군가는 엄청나게 성장하는 시기가 있지만, 다시 페이스가 낮아지기도 하고요. 실력이 좀 더디게 느는 듯 해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는 멤버들도 있죠. 가까이 보면 정체되어 있나 싶어도, 사실 모든 멤버의 실력이 우상향하고 있었습니다. 내 꾸준함과 노력, 동료의 응원이 합쳐지면 더 멀리, 오래 뛸 수 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뛰어봤습니다.
응원과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걸 전하려면, 저부터 이 힘을 느껴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멤버 승연 님과 함께 여의도 공원을 한 바퀴 뛰어봤습니다. 출발 전에 ‘무리하지 말고 지은 님 할 수 있는 만큼만 뛰세요. 제가 속도 맞춰 뛸게요.’라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승연 님은 뛰는 내내 조금 뒤에서 달리며 저를 살펴주셨어요.
러닝이 익숙하지 않은 제게 여의도공원 한 바퀴(2.5km)는 제법 도전적인 목표였지만… 끝내 완주했습니다. 헉헉거리며 뛰는 제 옆에서 함께 뛰며 응원해 준 승연님 덕이 크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결승점을 코 앞에 두고는 더 못뛰겠다 싶었는데, 지은님!! 300m 남았어요!, 200m!!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더!’ 라는 말씀을 하니까 눈 질끈 감고 뛰었습니다. 속도를 맞춰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응원의 힘이라는 거… 제가 보장합니다.
저희는 먼저 달리고 있겠습니다.
공부와 러닝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단기간에 실력을 높이기 어렵고, 기초가 없다면 심화 코스를 하기도 쉽지 않고요.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어찌 됐든 결승선에 도착하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을 때 옆에서 응원해 주는 동료나 선생님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해보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까지 참 비슷하죠. 약간 논리적 오류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좋은 러너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에는 좋은 선생님과 동료가 가득합니다.
좋은 동료가 많다는 점이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의 가장 큰 장점이겠지만, 오피스 5분 거리에 위치한 여의도 공원에서 달리거나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거든요. 혹시 아나요, 뛰고 나면 (근아 님 말처럼) 명쾌하게 생각이 정리되고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체력까지 얻게 될지요. 아무래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길은 풀마라톤보다 길 것 같으니까요. 저희는 먼저 출발해 달리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여러분의 페이스에 맞춰 합류해 주셔도 좋습니다. ‘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달리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태드릴게요.
에필로그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면, 멤버들이 서로 응원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맛보기(?) 소통을 가져왔어요. 성진 님이 ‘여러분에게 달리닝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들이 3시간 만에 돌아왔거든요.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팀원이 되는 데에 확신이 필요하시다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죠? 합류하신다면 이런 동료들과 함께 떠들고 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