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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주절거린 팅커벨 1주년 특별호 제작기

날짜
2022/10/26
소요시간
⏱ 5분 분량

호외요, 팅커벨 호외!

10월 19일 점심 시간, 밀당 오피스에 난데없이 신문이 배달됐습니다. 잡상인 출입 금지(?)인 밀당 오피스에 도착한 신문은… 다름 아닌 밀당의 뉴스레터 팅커벨의 1주년 특별호! (밀당 팀이 팅커벨을 발행하는 이유는 이 글에 잘 설명돼 있어요.) 밀당 팀원들이라면 누구나 꼭 본다는 뉴스레터인 팅커벨의 1주년을 맞아 특별히 제작된 종이 신문이었답니다. 특별호를 받아든 팀원들은 신문을 보는 것마냥, 촥- 하고 펼쳐서는 자연스레 읽기 시작했어요.
랜선으로만 볼 수 있던 팅커벨이 어쩌다 신문이 되었냐고요? 그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어언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8월 31일… 고민이 끊이지 않는 팅커벨 에디터 명성과 현주의 슬랙 DM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성대하게’를 강조한 명성과 뻘하게(?) 터져버린 현주는 기어코 일을 벌이고야 마는데…
긴급하게 팅커벨1주년비대위(해봤자 두 명)가 결성되었고, 장장 한 시간 회의 끝에 팅커벨을 신문처럼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그 이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당시 회의록을 가감없이 공개합니다. (별게 없어서 가감할 것도 없는 건 함정…)

독자들의 축하, 빼놓을 수 없잖아요?

가장 먼저 진행하기로 한 건 바로 ‘축하 메시지 받기’였습니다. 학교 앞 즉석떡볶이 집에 가면, 벽에 낙서가 왕창 돼 있잖아요? 추억을 한 문장 씩 조각해 놓은 그거요. 팅커벨 1주년 특별호에도 팅커벨과의 추억을 담은 팀원들의 메시지가 들어가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문구점에 가서 아주 큰 사이즈의 폼보드를 하나 사왔고, 예쁜 포스트잇과 함께 라운지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공지를 해 놨더니 팀원들이 우르르 와서 축하 메시지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팅커벨로 3행시를 지어 놓은 팀원들이 있는가 하면, 저를 그려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귀엽게 그려준 분에게는 고맙지만.. 사마귀처럼 그린 분이 계셨는데요. 일단 감사합니다… (이름을 안 쓰셔서 보복을 할 수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외에도 눈에 띈 몇몇 메시지를 블로그에 와 주신 여러분께만 최초 공개합니다.
눈 앞에 원소주가 있대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헤어질 결심’의 명대사를 인용해 주셨어요
마음이 흡족해지는 삼행시입니다.
이런 드립에 웃으면 안 되는데.. 졌습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왕창 받고 나자, 어느새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 때가 다가왔습니다. 특별호 제작 업무가 갑작스레 추가되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이래서는 마감을 못 맞출 것 같아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습니다. (덕분에 퇴근하고도 글을 써야 했던 건 비밀이지만요…)
문제는 글만 쓰면 끝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사실 저희 둘 다 디자인에는 젬병이고, 어떻게 해본다고 해도 ‘편집 디자인’에는 전문가의 관점이 더 크게 필요하니까요. 저희는 딱 한 명을 떠올렸는데요. 그건 바로..
밀당의 소문난 금손, 브랜드 디자이너 지혜님이었습니다. 피크닉 매트, 단체 티셔츠, 칵테일 바 등등 많은 인터널 브랜딩 디자인 작업을 같이 해 봤고, 무엇보다 팅커벨 애독자이시기도 하거든요. 지혜님과 몇 번의 미팅을 거쳐 구상한 레이아웃을 아래 사진과 같이 허접하게 만들어 보여드렸는데요. ‘이거 소생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렇게나 멋지게 살려내 주셨어요. 명의로 인정합니다. 비교 당하는게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비포 앤 애프터는 이렇습니다.
Before
After
팀원들이 써 준 축하 메시지는 크게 찍어 뒷면에만 넣을 계획이었는데요. 지혜 님의 아이디어로 표지는 물론 본문 군데군데 배치해 보았답니다. 글만 많아서 피곤했던 지면에 메시지를 활용하니 훨씬 보기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희끼리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밀당 팀원들 모두가 함께 만든 콘텐츠인 것 같아서 괜히 더 벅찬 마음이 들었달까요.
사실 인쇄하는 데도 조금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구상했던 ‘삼단 접지’가 특수한 접기 방식이라 예상보다 일정이 지체된다는 거였어요. 그냥 받아서 손수 접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희 같은 똥손(?)이 접으면 퀄리티를 보장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그 탓에 발행 일정을 한 주 미룰 수밖에 없긴 했지만, 더 예쁘고 좋은 특별호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던 저희는 결국 퀄리티를 택했습니다.
배송 오자마자 찍은 사진. 아유 예뻐라…
팀원분들이 출근하기 전, 책상 위에 살포시 놓아드렸답니다.

배송 완료: 책상 위에 두고 갑니다

그렇게 팅커벨의 생일 5일 뒤인 10월 19일, 특별호가 밀당 팀원들 책상 위로 배송 완료됐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피어 올랐다’는 피드백이 인상적이었어요. 막 나온 따끈따끈한 종이 냄새가 학창시절 받아 보던 가정통신문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팅커벨 독자 중에는 30명이 넘는 외부 구독자도 있는데요. 밀당 팀 밖에서도 재밌게 봐주시는 소중한 구독자님들을 빼먹을 수가 없어서 등기우편으로 보내드렸어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잘 받아봤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기회에 외부 구독자님들께도 큰 고마움을 표합니다.
악성 민원인 아닙니다.
팀원들이 써 준 소중한 메시지와 1주년 특별호는 액자에 박제하기로 했어요. 액자는 지금도 파크원 39층 밀당 라운지에 예쁘게 모셔져 있답니다. 그냥 액자에 넣었을 뿐인데 괜히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나치며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농담 같은 한 마디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렇게 완성됐습니다. 밑도 끝도 없던 아이디어를 ‘이렇게 실현해냈구나’ 싶어서 감격스럽기도 해요. 제가 버릇처럼 되뇌는 말이 하나 있는데요. 한 스페인 시인의 시에서 보았던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밀당 팀의 조직문화도 이렇게 하나씩 쌓아가다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에 가닿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도 주절거리다 보니 완성돼 있는 것처럼요.

팅커벨 1주년 특별호

기획ㅣ이현주 장명성
제작ㅣ이현주 장명성
편집ㅣ박지혜 이현주 장근우 장명성
디자인ㅣ박지혜

밀당 뉴스레터 팅커벨